미니멀리스트 : 비움을 시작한 이후의 나의 삶은
오늘은 딱히 주제라고 할 것 없이, 현재까지 비움을 실천해 오며 약간은 바뀐 나의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할 것까진 없는 듯하다. 이전에 쇼핑중독으로 고생하며 집에 뜯지 않은 택배박스를 쌓아두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면 아마 더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테지만, 이전의 그리고 지금의 나의 삶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다. 한두 달에 한 번씩 아이쇼핑을 하다가 필요하거나 혹은 마음에 드는 것들이 있으면 한두 개 정도 사는 것이어서 엄청난 쇼핑중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민망한 수준이다.
그 당시에는 나는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새로운 것을 가지고 싶어. 내가 이 정도도 나를 위해 투자 못해? 그럼 무슨 낙으로 돈을 버나! 쓰는 재미도 좀 있어야지~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며 어찌 보면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이라도 깨닫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소비만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내 마음속에 두 가지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충돌했다. 아끼고 모아야 한다 vs 그래도 나의 소확행을 위해 무언가 사고 싶어! 두 개의 마음이 잘 합의를 못하고 한쪽을 억눌러서 언젠가 다른 한쪽이 터지는 그런 양상이다. 예를 들어서, 나는 돈을 너무 모으고 싶은데, 그래서 사고 싶은걸 못하고 못 산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졌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사고 싶다고 생각한 것 (아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을 산 후에 돈을 아끼지 못했다고 우울해지는 것이다. 어쨌거나 내 마음속에 균형이 안 잡히면 그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지 나는 조금은 불행해졌다.
하지만, 비움을 시작하면서 이런 내 두 개의 마음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었다. 사실 지금도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다.. 사실 한 달 전쯤에 목걸이 하나를 샀다. 두 달 전쯤 처음 봤던 것인데, 한 달쯤을 고민하고서도 계속 생각이 나길래, 나는 내가 이 목걸이를 정말 원한다고 생각했다. 따로 돈을 모아야 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닌 매우 저렴한 가격이어서, 그냥 데일리로 하면 좋겠다 싶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배송받기까지 일주일쯤 기다리고 나서야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목걸이...! 나는 그 목걸이를 받으면 정말 기쁠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게 웬걸, 나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시큰둥한 것이다.
비움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크게 가격이 부담되는 물건을 잘 사지 않아서 그냥 필요하거나 사고 싶으면 바로 구매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여태까지 물건을 산 후의 나의 감정 변화를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막연히 내가 물건을 사면 행복해지니까, 소비를 끊지 못하는구나 하고 예상해왔다. 하지만 비우기를 시작한 이후 첫 구매인 목걸이, 한 달을 고민하고 한 소비임에도 불구하고 원하던 물건을 손에 얻으면 기쁠 줄 알았던 나의 예상이 가차 없이 깨진 순간이었다.
물건을 사는 것이 기쁘지 않다면, 나는 대체 왜 여전히 소비를 하는 것일까?
문득 이런 물음이 생겼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가지고 싶은 욕구 이런 것들을 충족시켜 주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소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건을 받고, 사용하는 순간에 기쁘지 않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소비인 걸까? 아마 아직도 나는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가 보다. 여태까지 내가 가장 만족하는 소비는, 의외로 장신구나 옷이 아니라 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들이다. 재작년에 처음 무선청소기를 구입하고 청소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이전에는 바닥에 먼지가 보여도 무거운 청소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줄이 엉키고 콘센트를 바꿔 끼워 가며 청소하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비록 약간의 돈이 들긴 했지만, 근 3년 중 가장 잘한 소비를 꼽자면 역시나 무선청소기! 생각해보면 너무 웃기다. 그 3년간 내가 좋아하는 옷과 신발들도 많이 사고, 남편에게 비싼 장신구들도 선물로 받았는데 가장 좋은 물건이 청소기라니...
목걸이를 구매하는 한 번의 실험을 통해 나는 나의 소비습관과 소비에 대한 감정 변화 등을 실험해볼 수 있었다. 30년 조금 넘게 살았는데 아직까지도 명확한 나의 취향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인지.. 무엇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다. 언젠가는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때까지는 고민하고 탐색하는 시간이기에 소비를 절제하는 것이 더 이상 괴롭지 않다.
지난 1월 동안 비운 물건의 개수를 세어보았다. 한 달간 나는 총 215개의 물건을 비웠다. 생각보다 큰 숫자이긴 한데, 그렇다고 내 삶에서 많은 것을 비웠나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아직은 잔챙이들 비우기 수준. 앞으로 하나하나 더 잘 비워나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냥 그렇게 하나 둘 물건을 비워가면서, 나의 미련과 게으름을 마주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더 부지런히 몸에 좋은 것들을 요리하고, 챙겨 먹고 얼굴에 찍어 바른다. 그렇게 그동안 쌓아만 두고 활용하지 않았던 좋은 것들을 하나둘 열심히 사용하는 중이다.
비우면서 좋은 것은, 내 주변이 느리지만 조금씩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삶의 더 건실한 방향성을 찾아가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비움을 시작하며 적어도 한 가지는 강력하게 다짐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끝까지 잘 비워낼 것. 잘 사용하고, 정리할 것. 그렇기에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계속 정리하고 파악하고 마지막 1개가 남을 때까지 잘 사용하다가 마지막 1개의 샴푸, 혹은 치약을 뜯는 순간 그 물품에 대해서 한 개의 비상품을 구매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 우리 집에는 모든 카테고리의 소비품에 대해서 1개의 사용 중인 물건과 1개의 비상품 목록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사용해야 할 물건들이 뭉텅이로 많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박스 정도면 모두 정리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날이 올 때까지 아마 한참 남은 것 같다. 그렇지만 지치지 않고 계속해야지. 그게 나의 비움의 목표니까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비우기 동지님들도 힘내셔서 오늘 하루도 잘 비우고, 비운 자리에 더 충만한 삶을 채우시길 바랍니다.
곧 또 좋은 정보 혹은 이야기를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Dann Tschüss, bis demnächst.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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