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 비움시작 / 신발, 구두
사실 내 남편은 물건을 잘 버리지는 못하지만, 많은 물건을 소유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남편은 운동화 두 개, 자주 신는 부드러운 구두 두 개, 겨울 신발 하나, 여름용 샌들 하나, 정장용 구두 검은색/갈색 두 개 거의 총 8개의 신발만 가지고도 생활이 가능하다. 결혼하기 이전에 산 신발을 버리지 못해 아직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실 남편은 그 외의 신발을 모두 정리한다고 해도 미련도 없고 큰 문제도 없을 듯하다. 단지 본인의 물건을 비우는 것을 싫어해서 스스로 비우기를 결심하기 전까지 건드리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집의 신발장의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내 신발들이다. 평균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신발을 필요로 한듯하다. 각 복장에 맞춘 종류별 신발들, 그리고 주로 입는 옷들의 색과 조화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 종류의 신발도 색깔과 재질별로 여러 가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신발 종류에도 힐, 단화, 운동화, 부츠, 샌들 등등 그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이렇다 보니 일단 신발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발과 잘 어울리는 평소에 입는 복장 또한 간소화하는 것이 좋다. 각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느끼는 것인데,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길이기에 내가 주로 입고 잘 어울리는 복장을 정하게 되면 그에 맞는 물건들만 남길 수 있어서 전반적으로 내가 가져야만 하는 물건의 양이 조절되는 듯하다. 나는 여전히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중이기에, 아마 한 번에 다 비우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일단 시도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일전에 음식이나 다른 물건들을 정리함에 있어 재고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미 언급했던 것과 같이, 물건을 비우고 줄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과 종류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인의 취향을 파악할 수도 있고, 나중에라도 물건을 사고 싶을 때 이미 본인이 무슨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해서 충동구매를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 신발에 대한 목록을 작성한 이유는 어느 날 내가 겨울용 부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새 부츠를 사고 집을 정리하다 보니 어디선가 내가 까먹고 있던 겨울 부츠를 찾았다. 내가 산 물건을 까먹을 수도 있다니.. 나에게 그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그날로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을 다 꺼내서 사진을 찍고 종류를 분류하고, 그 신발이 정리되어 있는 위치를 적어서 Trello App에 정리하였다. 정리를 끝내고나니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신발을 가지고 있었다. 운동화 10개, 여름용 샌들 및 힐 11개, 겨울용 부츠 및 워커 8개, 힐 13개, 옥스퍼드화 및 단화 15개, 발레리나 7개로 총 64개의 신발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신발을 정리하는걸 본 남편이 하는 말이 "여보는 발이 두개밖에 없는데, 무슨 신발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해?" 그러게나 말이야 내가 지네도 아닌데 신발이 참 많네... 이렇게 신발을 한 번에 정리하다 보니 일단 내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굉장히 비슷한 디자인의 신발을 여러 번 구매했기 때문이다.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닌데 나는 이전에 왜 그런 소비를 반복적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정확히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이와 같은 종류의 소비를 반복하진 않을 듯하다.
저렇게 엄청난 개수의 신발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가 주로 신는 신발을 보면 예쁜것 보다는 대부분 발이 편한 것을 선호한다. 그렇지만 정장을 입을 일은 여전히 있고, 그럴 때 운동화를 신지 못하니 구두를 신고, 구두를 신고나면 매번 발이 불편하니 발에 더 잘 맞는 신발을 찾는다고 새로운 것들을 사다보니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신발을 갖게 되었다. 내가 앞으로 나의 물건을 줄여감에 있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내가 남긴 옷들과 어떤 신발이 잘 매치가 되는지 (이걸 잘 못하면, 신발에 어울리는 옷을 새로 사거나 혹은 옷에 어울리는 신발을 새로 사게 되는 악마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어떤 신발을 내가 편하게 느끼는지, 상황별 나는 최소한 몇 개의 물건이 필요한지 잘 추려보는 것이다.
옷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신발의 양을 줄여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물건을 최대한 잘 사용하고, 잘 비우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좋은 길을 빨리갈 필요는 없으니 각자의 속도에 맞춰 과정 자체를 즐기며 끝까지 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과 함께 그 길을 가고 싶다. 우리 지치지 말고 행복한 삶을 위해 같이 끝까지 가보길 기원해본다!
나만의 #비움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한다. 블로그에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의 특성상 약간은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싶어 다 사용한 물건들과 처분하고 나눔 할 물건들의 기록은 본 게시물의 댓글과 인스타그램에만 하고자 한다. 나의 #비움 프로젝트의 진행사항이 궁금하신 분은 @minimal_goco 로 방문해주세요!
곧 또 좋은 정보를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Dann Tschüss, bis demnächst.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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