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스트 : 비움은 물건만 해당되는 걸까? 관계의 비움

고코샤넬 2021. 3. 3. 06:05
728x90

이전에는 미니멀리즘은 나의 삶을 편하게 하기 위해, 내가 소유한 것에 만족하고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들을 줄여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나의 삶을 잘 들여다보니 내가 줄여가야 할 것은 비단 물건만이 아니었다. 요 몇 달간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해본 결과 나는 나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예쁜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더 많이 착용하고 더 애착이 많이 가는 것은 역시나 예쁘고 불편한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잘 맞고 또한 편한 것이었다. 

하지만 물건만을 놓고 볼게 아니라, 사람관계를 보았을 때도 역시 편한 사람이 제일 좋다. 지금 카카오톡을 확인하니 총 567명이 친구 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전화번호부에는 총 몇 명인지 파악도 되지 않는다. 분명 이 사람들이 모두 내가 연락을 하고 나에게 필요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사람을 필요에 의해서 나누긴 뭣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사실 지금 카톡에 이름이 뜨는 몇몇 사람들은 내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 기억이 너무 흐릿해서 전혀 모르는 타인처럼 느껴지는 사람 조차 있다. 

20대 초반에는 사람들과 넓은 관계를 맺고 많은 사람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는 것을 하나의 인맥관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졌다. 좁고 깊은 관계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나,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특히나 한국에서는 인맥관리만큼 중요한게 없다고 스스로도 생각했고 당시 대학 선배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생각해보면 웃기지도 않다. 그때 선배라고 해봤자, 나보다 고작 2,3살 정도 많은 사람들이고 정 많이 쳐도 5살정도, 20대 초중반 고만고만하게 같이 흔들릴 나이들인데, 그때는 왜 선배들이 그렇게 어른 같아 보였는지 모르겠다.

어느덧 30대 초반이라고 하기도 애매해진 나이게 되었지만, 지금도 스스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나에게 더 좋은 인간관계만을 놔두고 나머지 나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해도 사는데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언젠가 내가 아쉬워하거나, 안타까워할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매번 입어보며 옷장 앞에서 입었다 벗었다만 반복하고, 정작 입고 나가지고 못할 거면서 옷장에 자리만 차지하게 두는 것과 같다. 옷은 하나의 작은 공간을 차지할 뿐이지만, 사람은 내 마음속 공간을 차지하고 내 시간을 공유한다. 공간처럼 시간도 하나의 한정적 자원이며, 그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아주 귀중한 자원이다. 그렇기에 나의 시간은 나의 편안함과 발전을 위해서만 쓰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관계들은 절교를 해야할만큼 단호하게 끊어낼 관계들은 분명 아니다. 그냥 천천히 멀어지게 놔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듯 싶다. 어찌 보면 나는 대부분의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는 편이다. 단지 내가 정말 고마워하고 챙겨야 할 사람들에게만 기꺼이 시간을 내어 잘하자 주의다.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나의 정말 소중한 친구들. 멀리 독일에 나와 있어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는 시차와 상황 때문에 자주 연락하기 어려워진 것을 사실이나. 몸이 멀어져서 마음이 멀어졌다고 이 친구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히려 예전만큼 시간을 많이 내기 어려우니 날을 정해서라도 짧은 시간이라도 더 깊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공간의 이동과 상황의 변화로 이전의 좋은 관계들을 망치거나 소홀히 할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단지 가끔은 나의 카톡친구 목록을 보면서, 내가 잊지 말고 가끔이라도 시간을 내어 연락해야 할 사람들과 그냥 그렇게 서로 잊힌 채로 살아가도 괜찮은 관계들을 나누고 정리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내 친구 목록에서 지운다고 하더래도 차단한 것만 아니라면 그 사람이 언제든 나에게 연락을 했을 때, 그리고 우리의 관계가 이전과 달라졌을 때 그때 다시 그 관계를 새로 시작하고 다시 다져나가면 되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실행해나가는 과정중에서 내가 마음속 깊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내 삶의 쾌적함을 위해 관계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흐름속에서 머물 사람은 머물 것이고 아니면 또 그렇게 흘러가겠지. 단지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동승하지 않고 역행해서라도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측면에서 나에게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들게 하는지 명확하게 보고 이야기 해고 그래도 개선이 안된다면, 그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차단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을 듯싶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나의 심미적인 것보다는 편안함과 실용성이 최우선적이고, 그러한 가치관이 명확한 편이다. 어찌보면 고집도 센 성격이어서 내가 이미 정한 것에 대해 타인이 본인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비싸더라도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먹으면 그 음식이 더 맛이고 예뻐 보인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가치관을 존중한다. 하지만, 나에게 그릇이란 내구성과 실용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에 내가 그 그릇을 무슨 용도로 사용할지 이미 잘 알고 있다면, 그 용도에 맞는 강도와 크기 그리고 개인적 취향이 들어간 색과 무늬만 적합하면 이케아에서 산들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실 너무나 비싼 그릇은 내가 사용하거나, 정리 중에 깰까 봐 부담스러워서 사용하기 꺼려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대부분의 접시와 그릇들은 남편이 대학생 시절부터 쓰던 것과, 내가 몇몇 이케아에서 구매한 것 그리고 남편의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그릇들이 섞여있다. 

나는 이 조화에 만족하고, 부담없이 그 용도에 맞춰 다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종종 새로운 사이즈나 용도의 그릇이 필요해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 두세 개 정도 구매하는 것이니 다른 그릇들과 조화를 이루어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어찌 보면 노브랜드의 그릇을 구매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에게 "언니 그릇은 좋은 거 써야지. 지금 이거 사지 말고, 나중에 좋고 비싼 거 사!!"라고 몇 번을 강요하던 친구가 하나 있다. 사실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인데, 나중에는 필요도 없을 텐데 그걸 나중에 사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내 입장에서 그릇을 그 역할을 잘 수행하면 그만인데, 더 좋은 것 그리고 더 비싼 것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그 친구와는 몇번 쇼핑을 같이 하다가, 필요에 의한 구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저가의 물건을 고르면 마치 제대로 된 물건을 사지 않는 것처럼 비난을 퍼붓는 그런 관계도 질리고, 기본적인 경제관이 너무 달라서 결국 그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길을 택했다. 단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어찌 보면 살 파먹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지속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스스로를 잘 살피고, 잘 돌볼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밖에 없다. 사실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그리고 나를 비우는 과정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광고에 흔들리고, 다른 사람들의 명품 자랑에 흔들리고 그렇게 수 없이 흔들린다. 그래도 결국 본인이 만족하는 소비를 하려면, 남들이 사는 것 입는 것 먹는 것에 관계없이 내가 정말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그 끝은 공허함만 남는다. 

쇼핑 후의 공허함과 같이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 아닌 기가 다 빨려서 속이 허해진 느낌이 든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당신의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는 몇 명이나 있나요? 그 중 정말 마음 다해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몇인가요?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더 솔직하고 나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잘 남기고 잘 가꾸며 살아가길 바라봅니다. 


나만의 #비움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한다. 블로그에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의 특성상 약간은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싶어 다 사용한 물건들과 처분하고 나눔 할 물건들의 기록은 본 게시물의 댓글과 인스타그램에만 하고자 한다. 나의 #비움 프로젝트의 진행사항이 궁금하신 분은 @minimal_goco 로 방문해주세요!

곧 또 좋은 정보를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Dann Tschüss, bis demnächst. Auf Wiedersehen!

여러분의 댓글 공유, 공감은 많은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