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스트 : 걱정비우기

고코샤넬 2021. 3. 1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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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을 실행해보고자 물건들을 정리하고 하나둘 비우면서 느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정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그중 하나인 "관계"에 대해 언급했었다. 어찌 보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나 혼자 맺는 것이 아닌 다른 상대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행위이다. 그렇기에,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스스로 정리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관계들은 청소와는 달리 더 큰 노력과 기다림이 요구된다.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성격 급한 한국인답게, 나는 내 안의 넘쳐나는 감정들과 복잡한 머릿속을 하루라도 빨리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일단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천천히 정리하기로 하고, 내 머릿속의 생각과 걱정들을 우선 정리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성격이겠지만, 나는 계획하기를 좋아하고 걱정또한 매우 많은 편이다. 그래서 미래를 계획하면 하나의 계획만 짜는 것이 아니라, 플랜 A, B, C 그리고 어떤 것들이 장애물이 될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편이다. 가끔은 스스로도 너무 쓸데없이 많은 걱정을 하는데 시간을 쏟아 붙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걱정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간혹 머릿속에 너무나 많은 생각과 걱정들이 부유한다는 느낌이 들 때면,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목록들을 적는다. 지금 나의 걱정을 무엇이고 그 걱정들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지금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이 것들은 어떻게 하면 더 작게 만들 수 있는지.... 등등 말이다. 만약 고민들을 더 작게 만들수 없다면, 적어도 그런 불편한 감정들의 뭉치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종종 정리하고 가지치기해주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나는 A4 용지 한 장을 꺼내 들고 나의 고민들을 일단 분류하지 않고 쭉쭉 적어나간다. 나의 불편한 감정들과 이전까지 언어로 형용되지 않았던 걱정들을 종이에 적기 위해서는 이를 표현할 적합한 단어와 문장들을 찾기 위해 나의 감정을 조금 더 명확히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일단 적당한 언어로 나의 걱정들을 다듬어 표현하다 보면, 그 걱정의 크기와 정도가 좀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그 이후에 해야 할 것은 걱정과 감정들을 분류하는 것이다. 이 분류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걱정을 분류하는 기준 >>>  내가 영향을 줄 수 있는가 vs 내가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것인가

내가 걱정하고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그 행동을 함으로써 나의 걱정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걱정들은 나의 미래에 대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들이어서 내가 걱정한다고 딱히 달라질 게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잊고 싶지만, 성격상 걱정을 아주 잊고 살 수는 없어서 분류된 어쩔 수 없는 걱정 종이는 수첩 한구석 나의 걱정 목록에 적어놓는다. 그리고 종종 비슷한 걱정이 다시 나의 마음을 덮치면 그 수첩을 펴 들어 그 걱정이 얼마나 더 구체화되었는지 혹은 더 심해졌는데 나아졌는지 돌아본다. 

몇 년 후 혹은 몇 달 후 다시 보았을 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몇몇 걱정들은 아무 일도 없이 그저 지나갔거나, 걱정한 것처럼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문제들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이 또한 걱정 수첩에 적는다. 적어놓은 걱정 옆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잘 지나갔음. 하고! 너무나 웃긴 것은 그렇게 걱정이 지나갈걸 아는데, 내가 적어놓은 걱정들을 쭉 돌아보면 마치 무슨 주기가 있듯이 언젠가 했던 걱정 그리고 그냥 잘 넘어갔던 걱정들을 마치 새로운 걱정처럼 어느샌가 또 다시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기록해 놓지 않았다면, 그 걱정들을 쉽게 넘기지 못하고 마치 내 인생의 처음 찾아온 고난처럼 고민에 고민을 더할 것이다.

비움을 시작하고 여러것들을 비웠지만, 물건을 비울 수록 줄일 수 없는 것은 기록하기다. 기록이라도 하지 않으면, 가끔은 나의 뇌도 물건을 비우면서 가끔은 같이 텅텅 비는 듯하다. 내가 비운 물건들, 걱정들, 관계들, 이것을 비운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 이유들을 잊으면 안 된다. 그래야 나에 대해 더 잘 파악하고, 이를 망각하지 않고 미래에 더 나은 선택과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은 삶을 가볍고 더 잘 영위하기위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꽉 들어찬 걱정들도 잘 정리함으로써 우리의 삶은 더 편안해질 수 있다. 천성적으로 걱정이 많은 나 또한 미니멀리즘을 통해 한결 가벼운 삶을 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나만의 #비움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한다. 블로그에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의 특성상 약간은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싶어 다 사용한 물건들과 처분하고 나눔 할 물건들의 기록은 본 게시물의 댓글과 인스타그램에만 하고자 한다. 나의 #비움 프로젝트의 진행사항이 궁금하신 분은 @minimal_goco 로 방문해주세요!

곧 또 좋은 정보를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Dann Tschüss, bis demnächst. Auf Wieder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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