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날도 첫번째 날에 이어 우선 내 방에 있는 눈에 보이는 물건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 눈에 띈 건 책장에 늘어져있던 여러 피규어와 인형 그리고 향수들이었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향수들을 한대 모아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다 모으고 나니 18개의 향수가 있었다. 이전에는 스스로의 취향을 잘 몰라서 정말 많이도 사모으고, 너무 많이 사모으다 보니 산걸 끝까지 다 사용하지도 못한 듯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나의 취향이 확고해져서 어느 정도 결이 비슷한 향수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에 반해 이전에 내가 샀던 향수들은 그 향의 종류가 들쑥날쑥하다.
이번에 향수를 비우는데 적용한 기준은 향이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사용가능한 것, 그리고 사용 가능한 것들 중에 현재 내가 사용 중인 향수들과 레이어해서 잘 사용할 수 있는 것들만 독일로 들고 오고 나머지는 전부 처분하였다. 남은 것만 가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 독일 집에는 6개의 새로운 향수가 생겼다. 몇 년간은 새로운 향수의 구매는 멀리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들을 더 알아가 보는 과정이 될 듯하다. 몇 년간에 걸쳐 구매하고 다 사용하지도 못해서 마지막에 왕창 버릴 거면 소비를 안 하는 것이 역시 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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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자들 속에 무엇이 들어있나 보았더니, 예전에 선물로 받았던 열쇠고리와 시계 등이 들어있었다. 10대 때 받았던 선물들에 잠시 추억에 젖긴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때 선물을 준 사람과의 추억은 저 뒤편으로 잊혔고 어떤 인연들은 이미 끊긴 인연이어서 딱히 물건을 놔두어 추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렇기에, 미련 없이 이 물건들은 처분할 물건들로 분류되었다. 이전엔 귀여운 걸 좋아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 인형을 가져본 경험이 별로 없어 그런가 20대 초반에 나이에 맞지 않게 인형을 참 좋아했다. 아껴주었던 인형 2개... 시간이 많았다면 당근 마켓에 올릴 수도 있었겠지만, 격리 중이었다는 것과 내 물건들을 단시간 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물건들도 나눔을 못하고 바로 비움으로 분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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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화장품에 욕심이 많았어서 그랬는지 화장품도 많고 받아놓고 쓰지 않은 오래된 샘플들이 한가득했다. 대학생 때 받은 것 들일 테니 족히 10년 정도 된 샘플들. 피부를 위해 아까워하지 않고 다 처분하기로 했다. 여전히 좋아하긴 하지만 다림질하는 게 귀찮아 요즘에는 셔츠를 자주 입지 않는데, 옷장을 보니 더 이상 맞지도 않고 내 스타일이 아닌 셔츠류가 한가득이었다. 이번에 이것들에 대한 미련도 버리고 다 처분하기로 했다. 독일에서도 가지고 있는 화장품을 다 소진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렇게 사용 안 하고 모으는 습관은 독일에 와서 갑자기 생성된 습관이 아니고 예전부터 있었던 습관인 듯하다. 이제 이 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더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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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으는 걸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의 습관은 비단 화장품과 옷만 그랬던게 아니라 문구류도 너무나 심했던듯하다. 아끼느라 다 사용하지도 못하고, 예쁘다고 모아둔 스티커 뭉테기를 발견했다. 몇년전의 나는 대체 왜 이리 미련했던걸까? 아끼면 똥된다는 말도 있건만, 소비하고 모으는걸 좋아하나 막상 좋아하는걸 모으기만 하고 사용을 못하는 이런 바보가 또 없었다. 30대가 되어 이런 습성을 고치게 된 것에 감사해야할 듯 하다. 내가 고이고이 간직해오던 달 퍼즐은 20살 처음 유럽여행을 하면서 독일에서 사 온 것이다. 그 당시에 여행을 하며 사온 것들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강해서 처리하지 못하고 다 지고 살아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에서 구매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에게 다른 추억은 없는 모형이기에 비우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저것 자잘한 물건들을 비우면서, 다시 한번 내가 물건을 비우는 기준이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다. 물건을 비움에 있어 이것이 내 현재 그리고 미래에 지속적으로 필요한 물건인가? 내 인생에 크나큰 의미가 있어서 계속 소지해야만 하는가? 이 물건들이 현재의 나의 취향을 반영하는가? 정도로 정리 가능할 듯하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과거의 물건들은 이번에 대거 정리 가능할 듯하다.
비우는데 치중해서, 이제야 사진을 보니 비움 목록에 적지 않고 비운 물건들이 보이기도하고, 비움목록에는 있지만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것들도 보인다. 하지만 이미 작성하였던 비움목록이기에 지금 추가적으로 작성하는 것은 어찌보면 내 기억을 왜곡하게 될 듯하여 완벽하진 않지만 현재의 비움목록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셋째 날은 더 힘을 내서 더 많이 비워 보기로 하자!
Day + 2 총결산
- 스카프 : 1개
- 소니 에인절 피겨 : 8개
- 봉제인형 : 2개
- 고양이 피규어 : 3개
- 향수 : 12개
- 화장품 샘플 : 83개
- 립밤 : 1개
- 얼굴 크림 : 2개
- 셔츠 : 30벌
- 후드티 : 3벌
- 통장 : 2개
- 스티커 : 30장
- 엽서 : 2개
- 핸드백 : 2개
- 손목시계 : 2개
Total : 180개
나만의 #비움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한다. 블로그에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의 특성상 약간은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싶어 다 사용한 물건들과 처분하고 나눔 할 물건들의 기록은 본 게시물의 댓글과 인스타그램에만 하고자 한다. 나의 #비움 프로젝트의 진행사항이 궁금하신 분은 @minimal_goco 로 방문해주세요!
곧 또 좋은 정보를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Dann Tschüss, bis demnächst. Auf Wiedersehen!
여러분의 댓글과 공유, 공감은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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