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옷 정리는 추억의 물건 다음으로 정리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다. 옷 욕심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옷장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옷을 가지고 있다. 남편과 나는 3칸짜리 옷장을 같이 사용 중이다. 가장 왼쪽은 남편 옷장으로 2단으로 나누어져 있어, 위칸은 셔츠와 짧은 외투, 아랫칸은 바지와 스포츠 용품을 걸어서 정리했다. 옷장의 중간 칸은 우리의 공용공간으로 대부분 긴 옷이나, 원피스, 코트류를 보관 중이다. 가장 오른쪽 옷장은 내 옷장으로 위칸은 길이가 긴치마와 셔츠, 블라우스류 아랫칸은 바지와 자주 입는 블라우스를 걸어서 정리했다.
상대적으로 남편 혼자 쓰는 왼쪽 옷장은 미니멀리스트의 옷장이라고 할 정도로 굉장히 여유롭게 옷들이 걸려 있다. 그에 반해 오른편 내 옷장은 새로운 옷을 넣으려면 옷걸이를 손으로 밀어야 할 정도로 옷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어쩌면 이러한 답답함에 내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위의 사진처럼 잘 정리되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거대한 드레스룸을 갖는 것이 꿈이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드레스룸은 나의 물건들을 보관하고 내가 옷을 고르러 가는 시간외에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공간이다. 만약 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이러한 공간이 집의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공간의 낭비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집의 모든 공간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며 살고 싶다. 내 물건을 그저 쌓아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시하기 위해서 큰 공간을 할애하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이 물건의 양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집은 생활하기 위한 공간이지, 물건을 저장하기 위한 창고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가진 물건의 양을 줄이거나 적정량으로만 유지하고 모든 물건들을 제자리에 잘 수납하고 사용함으로써 쾌적한 생활을 영위하고 싶었다. 옷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두고 걸어두면 옷을 다시 걸고 빼는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옷의 직물들이 강한 압력으로 눌리지 않고 적당히 숨 쉴 수 있어서 옷의 질을 좋게 유지하기 더 좋다고 한다. 나의 목표는 꽉꽉 들어찬 내 옷들 사이에 적당한 공간을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도 나의 옷을 점차 줄여가야겠다. 옷을 비우기 위해서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적극적으로 옷을 비우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다른 분들을 보면, 기존의 옷장에서 더 이상 좋아하지 않거나, 유행이 지난 것들 그리고 지난 1,2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은 버린다는 기준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옷장을 비우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런 미니멀리즘을 유지하기에 나는 어찌 보면 그렇게 버려지는 옷들이 너무나 아까웠다. 아직 빛을 볼 수 있는 것들인데 단순 변심으로 버려지다니. 한동안 미니멀리즘에서 큰 광풍을 일으켰던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가장 유명한 한마디는 '마음이 설레는가?' 였다. 이는 그녀에게 물건을 남길지 버릴지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었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 솔직히 말하면, 나를 마음설 레게 하는 옷들이 분명히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옷들은 어찌 보면 일상생활에서 입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럽거나, 세탁하기 힘들어서 정말 중요하거나 적합한 때가 아니면 입지 않는 옷들이 많다. 하지만 실용적이지 않다고 버릴 순 없는 거 아닌가. 반대 예로, 내가 가지고 있는 여성정장 중에서 진정으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정장은 단 한벌도 없지만, 나는 현재 총 5벌의 정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처분하지 못하는 것은 종종 세미나나 학회, 회의에 정장을 입고 참석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정장 하나만 남기고 다 처분하고 싶지만 고무줄 몸무게로 인해 철마다 어떤 정장이 몸에 가장 잘 맞을지 몰라 일단은 다 가지고 있는 편이다. 이런 것을 보면 항상 비슷한 몸매와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 또한 미니멀리즘을 수행하기 좋은 팁인 듯 하나. 나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라 슬프다. 나는 이글에서 나 같은 소극적 미니멀리스트가 옷에 관해 어떻게 비움을 실천할 수 있는지 써보고자 한다.
물건을 줄이기 힘들다면 적어도 늘리진 말자
이미 있는 물건을 갑자기 버리고 줄이는 것이 심적으로 부담된다면 일단 우리는 현재 가진 물건을 잘 정리하고 이 이상 그 개수를 늘리지 않는 것을 첫 번째로 해야 한다. 최근에 패스트패션이 유행하고 4 계절이 아닌 더 작은 단위로 패션은 세분화되어 당신의 물건은 이미 낡았다고 우리에게 더 빨리 새로운 물건을 사라고 강요한다. 이러한 강요에 넘어가지 말자, 분명 우리 옷장에는 작년 그 계절에 입었던 옷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일단 이것들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잘 활용하여 입자. 정 본인 마음에 안 들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아 더 이상 못 입는다면, 기존의 것을 비운만큼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입던 티셔츠 하나가 목이 늘어나고 구멍이 나서 버려야 한다 싶으면, 헌 티셔츠르 하나 버리고 새 티셔츠를 하나 사는 것이다. 단, 하나만 사야 한다!! 이때 다른 것도 예쁘다고 덤으로 구매하면, 결국 우리 옷장을 터져나갈 것이다.
물건의 갯수를 정하는 것 중에 또 좋은 팁 하나는 옷걸이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옷걸이를 딱 정량만큼만 가지고 옷걸이에 걸지 못할 만큼 많은 옷을 사지 않는 것이다. 언젠간 내 옷걸이 개수를 50개 이하로 줄이고 싶은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좀 지켜보자.
마음에는 좀 안들지만 약간 미련이 남는 옷
딱히 입어서 테가 예쁜 것도 아니고 약간 오래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망가진건 아니어서 버리기에는 마음이 찜찜한 그런 약간 미련이 남는 옷들이 우리 옷장에는 많이 있을 것이다. 이때 바로 버리기가 마음에 걸린다면, 한번 그런 옷들을 다시 입어보자, 한계절도 좋고, 한 달도 좋고, 단 일주일도 좋다. 예전에 입었던 옷을 입으며 다시 애정이 올라온다면 잘 세탁해서 계속 입자. 하지만 그렇게 한계절 동안 입어보아도 여전히 마음이 뜨뜻미지근한 버리자니 아깝고, 입자니 떨떠름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 이 옷을 입는 게 왜 꺼려지는지 잘 파악해보자. 재질, 색깔, 옷 테, 두께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잘 파악해 놓으면 다음번에 나의 취향에 좀 더 찰떡같이 맞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옷들은 사진을 찍어놓고, 과감히 버리자. 어차피 내년에도 손이 선뜻 안 갈 것이 뻔하고 우리 옷장의 자리만 내어주게 되니 말이다.
헤지고 구멍 난 옷
예전에는 왜 그리 궁상맞았는지, 구멍 나고 헤진 옷도 잠옷으로 입을까, 집에서 편하게 입어야지, 페인트 칠 할 때 입어야지 등등의 수만 가지 이유를 만들며 버리지 않았았다. 실제로 구멍 난 걸 계속 입기도 했다. 남들 앞에 설 때는 깔끔해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아등바등하면서, 왜 집에서 나를 위해서는 깔끔 떨지 못하고 그렇게 막 입었던 걸까? 이제는 이런 습관들도 좀 바꿔보고자 한다. 간단히 수선이 가능한 것은 수선해서 계속 입으면 좋을 테지만, 너무 후줄근해지거나 많이 상한 옷들은 미련 없이 보내주자. 행동이 곧 마음이 되고 그러한 것들이 쌓여 그 사람을 이룬다고 한다. 그렇기에 남들이 보지 않을 때도 나를 소중히 여기고, 가꾸고 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을 집에서도 유지하고 싶다. 굳이 불편한 화려한 옷을 집에서 입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구멍 나지 않은, 깨끗한 옷을 단정히 입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가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상태가 너무 좋지만, 너무 작아져서 더이상 못 입는 옷
예전에는 다이어트 자극을 한다고, 현재 내 몸사이즈보다 두 사이즈 정도 작은 옷을 사서 걸어놓았다. "내가 언젠가 살 빼서 저 옷을 꼭 입고야 만다!"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나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전에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인데 나한테 너무 꽉 끼거나 좀 작아도 "살 빼서 입으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몇 벌의 옷들을 사들였다. 정말 정말 마음에 든다면, 딱 1년까지는 더 가지고 있어 보자. 그리고 1년간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다이어트 실패 혹은 그 근처도 못 간다 싶으면 그 옷은 더 이상 내 옷이 아니다. 보내주자, 나눔을 하던 벼룩시장에 팔던 이제 그 옷이 다른 사람 품에서 더 잘 쓰이길 기대해본다.
여전히 나에게 옷을 비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지만 나만의 여러 가지 규칙들을 세우고, 그에 맞춰서 천천히 나의 옷들도 비워나가 보려 한다. 언젠가는 내 옷장도 편히 숨 쉴 날이 오겠지. 또한 지난 5년간의 소비기록을 보니, 생각보다 옷과 장신구에 들어간 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움을 시작한 2020년 11월부터는 아직 단 한 개의 옷도 새로 구매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런 불필요한 소비를 막아서 더 두둑한 통장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해본다.
나만의 #비움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한다. 블로그에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의 특성상 약간은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싶어 다 사용한 물건들과 처분하고 나눔 할 물건들의 기록은 본 게시물의 댓글과 인스타그램에만 하고자 한다. 나의 #비움프로젝트 의 진행사항이 궁금하신 분은 @minimal_goco 로 방문해주세요!
곧 또 좋은 정보를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Dann Tschüss, bis demnächst. Auf Wiedersehen!
여러분의 댓글과 공유, 공감은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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