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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 : 비움시작 / 화장품

by 고코샤넬 2020.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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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내가 사용하는 공간을 정리하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매번 어질러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럼 또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 이 정리의 늪은 끊임없겠지만 사람들 사는 게 다 그렇듯이 장식용으로 놓는 것이 아니라 사용을 하다 보면 어질러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같다. 

나는 화장을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따로 화장대는 없고, 침실 안 키가 작은 서랍 장위에 여러 가지 화장품들을 놓고 쓰는 편이다. 예전에는 씻고 바로 바르기 위해 욕실에 화장품들을 놓았었는데, 화장품이 큰 온도 변화와 습기에 자주 노출되면 오일층이 나누어지고 빨리 변질될 수 있다고 해서 지금은 기초화장품과 향수는 침실에 놓고 사용하고 있다.  

화장품을 아무리 깔끔하게 쓰려고 해도 가끔은 제대로 뚜껑이 닫히지 않았거나, 옆으로 흐른 오일 등으로 인해 가구가 착색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모든 화장품은 나무틀 안에 넣어 정리하는 편이다.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얼굴에 바르는 크림만 대체 몇 종류인지... 잠시 변명을 하자면, 피부가 굉장히 민감한 편이기도 하고 철 따라 상태에 따라 화장품을 바꿔줘야 해서 하나에 특히나 크림류는 하나에 정착을 못하고 유목민처럼 이것저것 그때 피부에 잘 맞는 걸 쓰는 편이다. 예전에 사놓고 요즘은 전혀 쓰지 못하는 크림류도 몇 가지 있는데 버리기에 너무 아까워서 그 크림들은 남편에게 사용 중.. 나와는 달리 피부가 아주 튼튼한 남편이어서, 대부분의 크림들을 아무 문제없이 잘 소화한다. 피부 건강한 사람들 만세다..! 

현재 사진에 보이는 화장품들은 이미 개봉하여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이고 옷장 안에 고이 포장도 안 뜯은 수분크림들이 많다. 지금은 대부분의 화장품들을 독일에서 직접 구입하여 쓰고 있는데, 예전에는 한국에 갔을 때 예전에 사용하였던 것과 동일 브랜드 제품을 쟁여오곤 했다. 결국 쓰지 않고 그것들은 옷장 구석에서 잠들어 있었더랬다. 제품 상태를 보니 아직 사용 가능하기에 욕실용품과 마찬가지로 당분간은 화장품을 새로 구매하지 않고 있는 것들을 열심히 사용할 예정이다!


아마 현재 가지고 있는 기초화장품, 크림류를 다 쓰는 데는 적어도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왜 이렇게 미처 사용되지도 못한 물건들이 쌓이게 된 걸까? 아마 내가 그 물건들을 샀을 때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자주 사용하던 크림이고 지금 세일하니까 세일하는 김에 하나만 사지 말고 두 개, 세 개를 사자." 혹은 "이 제품의 후기가 좋으니까 한번 사서 사용해보자" 등등. 아마 호기심에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좋은 피부를 갖고자 하는 욕망에.... 아마 그 이유를 대자면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앞서 다른 나의 글 건강한 소비습관 (https://goco-chanel.tistory.com/7?category=872651)에서 썼듯이, 끊임없는 광고와 미의 욕구에 대한 자극은 특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다. 마치 지금 피부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내가 게으르고 자기 관리를 못하는 여자가 된 것만 같고, 지금 당장 저 크림을 바르지 않는다면 쭈그렁 할머니가 될까 봐 걱정된다. 이런 불안한 심리를 사용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을 사게 유도한다. 

미니멀리즘은 쾌적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물건으로 산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지만, 물건을 비우는 과정에서 내가 버리고 비울 것과 내가 남길 것을 끊임없이 결정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무엇으로 나를 채우고 싶은지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아직까지는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비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지라도 분명 그 과정은 나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좋은 피부를 갖고 싶다. 하지만 그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그다지 많은 화장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부가 민감한 만큼 화장품을 고를 때 제약사항이 많긴 하지만, 몇 가지 기본적으로 나에게 잘 맞는 것만 가져도 현재의 피부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하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아주 가끔은 약간의 화장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것도 립스틱과 눈썹 그리기 정도가 다지만 말이다.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나는 그냥 편안한 상태로 있고 싶다. 예전엔 그런 민낯을 보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학원 시절 주로 듣던 소리가 "여자가 24살이 넘었는데 화장을 안 하는 건 형사처벌감이다. 양심이 없지 감옥 가야 한다." 이런 소리들이었는데, 지금은 내 자연스러운 모습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많으니 이만 화장에서 자유로워지련다

일단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화장품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사용해 보고자 한다! 귀찮아서 로션도 안 바르고 잤던 날들이여 안녕! 일단 가지고 있는 것들 아끼다 똥 만들지 말고 못쓰기 전에 열심히 잘 사용해 봅시다!  

나만의 #비움프로젝트 를 시작하고자 한다. 블로그에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만, 글의 특성상 약간은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싶어 다 사용한 물건들과 처분하고 나눔 할 물건들의 기록은 본 게시물의 댓글과 인스타그램에만 하고자 한다. 나의 #비움프로젝트 의 진행사항이 궁금하신 분은 @minimal_goco 로 방문해주세요!